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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단 네 날의 사랑, 평생을 흔들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나에게도 그런 사흘이 있었다면1. 평범한 이야기인데, 자꾸 생각난다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단순하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정말 뻔하다 싶은 이야기다. 아이오와 시골 마을, 농장 아내 프란체스카. 남편과 아이들이 잠시 집을 비운 틈에, 다리를 찾으러 온 낯선 사진작가 로버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헤어진다.딱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중년의 사랑 이야기 같기도 하고, 불륜을 미화하는 작품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그런 틀을 넘는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어떻게 남아 있느냐’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오히려 그들의 사흘이 더 길게 느껴진다.2. 그 사흘, 나에게도 있었던 것처럼공연을 보는 내내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어떤 결.. 더보기
안토니의 눈으로 본 베토벤 🎼 안토니의 시선으로 본 – 박은태, 박효신, 카이. 그리고 내가 사랑한 세 명의 루드비히이 작품은 ‘베토벤’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묵직하다.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루드비히가 무대에 등장하면,그 순간부터는 음악가의 전기를 본다는 생각은 사라지고,한 사람의 삶, 한 사람의 감정,그리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의 시선에 집중하게 된다.나는 어느새 안토니였다.그리고 그의 눈으로 세 명의 루드비히를 바라보았다.🎩 박은태 – 말하지 않지만 전부 느껴지는 사람박은태 배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절대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표현을 하지 않으니까 감정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이상하게… 그 반대였다.오히려 숨기는 듯한 표정에서더 깊은 슬픔이 묻어 나왔다.피아노 앞에서 고개를 살짝 떨구고,눈은 객석 .. 더보기
복수가 아닌 사랑을 택한 아이 (웃는 남자 감상 후기) 그 아이를 처음 본 날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날이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시끄러웠고,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공기처럼 흔했지만… 그 아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채, 입술은 찢겨 있었고, 눈은 부었고, 몸은 얼어 있었지만, 그 애는 웃고 있었어요. 그 웃음이 어떤 뜻이었는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그 미소가 정말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울 권리조차 빼앗긴 채 웃는 걸 배운 건지. 그때는, 아이를 안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 아이의 체온은 이상하게도 따뜻했어요. 겨울 속에서도, 한 번도 안아본 듯 낯설지만 꼭 잡고 싶은 온기였습니다.나는 너를 데리고 떠났다. 너를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서.사람들이 날 떠났고, 나는 혼자였죠. 작은 마차 하나, 몇 권의 .. 더보기
심장이 움직이는 순간이 필요하다면 (뮤지컬 팬텀 1인칭 리뷰) 뮤지컬 . 단어만 들었을 땐 거창하게 느껴졌지만, 실제 무대를 본 순간… 그건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특히 박효신 배우가 팬텀을 연기하는 그 장면들. 나는 지금도 그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냥 노래가 아니라, ‘감정의 파편’을 목소리에 실어 던지는 느낌. 그의 팬텀은 말보다 노래가 먼저였고, 노래보다 감정이 더 앞섰다. 소리 하나로 외로움을 표현하고, 진심을 건넬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내 귀로 들었지만, 가슴으로 울었다. 그리고 무대 위 두 인물의 1인칭 속으로 빨려들었다.팬텀의 시선 – “나는 말보다 침묵이 익숙했고, 사랑보다 거리두기가 편했다”나는 어릴 때부터 말하지 않았다. 내 얼굴을 본 사람들은 늘 놀랐고, 그 표정이 싫어서 눈을 피했다. 말이라는 건, 내가 뱉는 순간 세상에 닿아야 .. 더보기
번개맨 공연 좌석 선택 팁 나는 7살이고, 번개맨을 진짜 진짜 좋아하는 아이예요. 그래서 엄마랑 같이 공연을 두 번이나 보러 갔어요! 처음엔 안양, 두 번째는 6월 8일에 안산에서 봤어요.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어디에서 봤느냐예요. 그냥 아무 자리 말고, 맨 앞줄 통로 자리에 앉으면 완전 다른 세상이에요. 왜 그런지 내가 다 얘기해줄게요. 진짜 번개맨이랑 하이파이브도 하고, 눈 마주치고, 손도 잡고… 진짜였어요! 내가 앉은 자리는 맨 앞, 통로 딱 붙은 자리공연 보기 전 엄마가 말했어요. “너 통로 앞줄이야, 제일 좋은 자리야~” 나는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앉고 나서 알았어요. 이건 그냥 앞자리가 아니고, 마법 같은 자리였어요.공연이 시작될 때 불이 꺼지고, 음악이 쿵쿵 울리고, 무대 위에 불.. 더보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요다의 시선: 지저스 vs 유다, 누가 고통 받았나 2015년, 샤롯데씨어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처음 본 날, 나는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다.극장의 사운드는 완벽했고, 무대는 뜨거웠으며,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그 무대를 진짜로 만들었다.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대 위에서 무너지는 지저스를 바라보던 그 순간, 그리고 그 지저스를 사랑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린 유다의 눈이었다. 내가 요다라면, 이날만큼은 포스가 아닌 감정으로 이 공연을 기억하고 싶다.어떤이들은 이 공연을 보면서 종교적으로 비판도 많이 하는거 같다.요다를 배신자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으로 표현했던것데 대한 불만이 아닐까?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유다의 삶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비슷한 고민을 할 수 있는거 아닐까?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유다도 그 시대에 그 .. 더보기
“그날 나는 다시 태어났다” – 헤드윅, 무대 위에서 남긴 고백 2013년 삼성역 인근 KT&G 상상아트홀, 그날 나는 다시 태어났다. 나는 헤드윅이었다. 무대에 서기 전부터 떨리는 심장이 말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단지 또 하나의 쇼가 아니라, 내 안의 상처를 찢고, 꺼내어, 모두에게 보여주는 고백이 될 거라고.무대에 선다는 것 – 떨리는 심장의 시작조명이 켜지기 전, 나는 숨을 크게 쉬었다. 밴드는 내 앞에서 준비 중이었고, 객석은 낮은 소음으로 술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내 심장 소리만 듣고 있었다.무대는 넓었지만, 외로웠다. 삼성역 아래 그 극장에서, 나는 헤드윅이라는 이름으로 무대 위에 섰다. 그 이름은 내 이름이자, 나의 모든 조각이었다.외침 속의 고백 – "나를 찢어줘"라는 말의 진심첫 노래는 ‘나를 찢어줘’였.. 더보기
뮤지컬 10년차가 본 모차르트 후기 - 박은태, 신영숙 배우님 처음 〈모차르트!〉를 관람한 것은 2013년쯤이었을 것입니다. 처음 봤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작품에 대한 제 감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번에 관람한 회차는 박은태 배우가 모차르트 역, 신영숙 배우가 남작부인 역으로 출연하는 날이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공연이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점점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 배우님들 덕분에 감정이 쉽게 빠져나오지 않더라고요.박은태 배우의 모차르트 – 무너질 듯 버티는 감정박은태 배우는 그날 무대에서 딱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좀 이상했어요. 익숙한 넘버인데도 목소리에 기시감 같은 게 있었고, 눈빛이 평소보다 더 흔들리더라고요. 무슨 말이냐면... '이번 볼프강은 더 외로워 보였다'는 거예요.‘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