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요다의 시선: 지저스 vs 유다, 누가 고통 받았나

2015년, 샤롯데씨어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처음 본 날, 나는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다.

극장의 사운드는 완벽했고, 무대는 뜨거웠으며,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그 무대를 진짜로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대 위에서 무너지는 지저스를 바라보던 그 순간, 그리고 그 지저스를 사랑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린 유다의 눈이었다. 내가 요다라면, 이날만큼은 포스가 아닌 감정으로 이 공연을 기억하고 싶다.

어떤이들은 이 공연을 보면서 종교적으로 비판도 많이 하는거 같다.

요다를 배신자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으로 표현했던것데 대한 불만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유다의 삶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면 비슷한 고민을 할 수 있는거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유다도 그 시대에 그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그냥 새롭게 해석한 공연은 공연대로, 그 시대의 유다의 삶은 유다의 삶 대로 우리는 지금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을 보는게 아닌 그저 공연의 캐릭터를 보고있을 뿐인데 그저 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그 기분을 이해해 줄 수 없을까?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포스터 이미지

예수가 무너지는데, 나도 무너지더라

공연 시작 전까지만 해도 가벼웠다. 박은태 배우가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고, 샤롯데씨어터의 웅장한 분위기는 분위기를 더 고조시켰다.

참고로 대한민국 뮤지컬 남자배우 중에서 박은태 배우를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겟세마네의 기도' 장면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진짜 이 고통을 받아야 하나요?” 그 물음은 곧 내 물음이 됐다. 그날 박은태 배우의 목소리는 흔들렸다. 완벽하게 조절된 발성이 아니라, 진짜 울음에 가까웠다.

아니 진짜 울음이었다.

이 공연을 보면서 나는 예수의 존재를 그저 신이 아니라 예수도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곡이 끝날 때까지 객석은 조용했고, 박수보다 먼저 정적이 흐르는 걸 처음 경험했다. 그건 단지 신념의 무너짐이 아니라, 사람이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그 순간이었다. 내가 요다라면, 그 순간은 포스로도 다 헤아릴 수 없었다.

유다를 원망하지 못한 이유

유다는 항상 배신자였다. 어릴 때 교회에서 듣던 이야기에서도, 이전에 봤던 공연에서도. 하지만 이 공연에서 유다는 달랐다. 그가 부른 ‘그들이 마음에 품은 하늘’에서는 지저스를 걱정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무언가를 믿었지만, 그 믿음이 두려워졌다. 민중의 열기가 무서웠고, 지저스가 자신의 길을 걷는 게 너무 불안해 보였을 것이다. 그는 판단했고, 결단했다. 사랑했지만, 그 사랑이 감당되지 않았던 사람. 유다는 오히려 그날 가장 외로워 보였다. ‘지옥의 유다’에서 그가 무너지듯 소리칠 때,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가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도 사랑한 사람이라는 걸, 그의 분노가 미움이 아닌 자책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원망할 수 없었다.

사람.....  유다는 사람이니까.....  지저스를 누구보다도 믿으려고 하고 누구보다도 사랑했으니까.....

그러기에 유다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끝나고도 집에 못 갔다

‘슈퍼스타’가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됐다. 이 공연의 마지막은 콘서트처럼 진행되는데, 그게 생각보다 감정을 쓸어가는 힘이 있다. 모든 배우들이 나와서 밴드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에서 내 안에 있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공연이 끝났다는 아쉬움보다, 고통이 끝났다는 해방감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나는 바로 나가지 않았다. 그날은 그냥 그 자리에 조금 더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극장을 나가면서도, 퇴근하는 배우들을 멀찍이서 지켜봤다. 그동안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날은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공연의 감정이 너무 길게 남아서, 쉽게 현실로 돌아가기 싫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날의 지저스와 유다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당신들의 고통을, 잘 들었습니다"라고.

신도 인간도 흔들릴 수 있다, 그게 진짜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종교 이야기가 아니다. 신도, 인간도, 모두 흔들리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무대였다. 그 흔들림 속에서 지켜보는 나조차 흔들렸기에, 이 공연은 내게 오래 남는다.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무대의 빛과 어둠, 그리고 커튼콜 후의 고요한 감정까지. 모든 순간이 진짜였다. 그래서… 이건 그저 공연이 아니라 진짜 그날, 내가 거기 있었다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