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모차르트!〉를 관람한 것은 2013년쯤이었을 것입니다. 처음 봤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작품에 대한 제 감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번에 관람한 회차는 박은태 배우가 모차르트 역, 신영숙 배우가 남작부인 역으로 출연하는 날이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공연이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점점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 배우님들 덕분에 감정이 쉽게 빠져나오지 않더라고요.
박은태 배우의 모차르트 – 무너질 듯 버티는 감정
박은태 배우는 그날 무대에서 딱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좀 이상했어요. 익숙한 넘버인데도 목소리에 기시감 같은 게 있었고, 눈빛이 평소보다 더 흔들리더라고요. 무슨 말이냐면... '이번 볼프강은 더 외로워 보였다'는 거예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를 부를 때 정말 숨이 턱 막혔습니다. 울컥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이날 박은태 배우는 소리와 감정을 엄청나게 절제하더군요. 사람이 진정으로 외로울 때는 오히려 말을 하지 못하잖아요. 그 느낌이었습니다. 넘버가 끝났을 때 박수보다 먼저 정적이 흐른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음악’은... 솔직히 그 장면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 시간 동안 저는 잠시 모차르트 였고, 저도 모르게 그의 감정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까지 가는 모든 순간이 모차르트의 삶 그 자체였기 때문에, 단순히 노래를 잘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단순한 연기자가 아니라, 그 순간에 자신이 모차르트였던 시절의 모차르트 그 자체였습니다.
신영숙 배우의 남작부인 – 단단함 속에 묻어 있는 슬픔
모차르트의 여주인공은 콘스탄체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의 주인공은 신영숙 배우님이 연기하는 남작부인이었습니다. 남작부인이라는 역할이 이렇게까지 제 마음을 흔들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신영숙 배우님의 연기력과 발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뮤지컬을 본 것은 2013년이었고, 그때 박은태 배우님과 신영숙 배우님이 출연하셨습니다.
그때부터 뮤지컬 덕후의 시작이었고, 아직도 저는 그때의 신영숙 배우님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표정, 몸짓, 말투 하나하나를 아직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영숙 배우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 그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는 포스와 그 무게감이... 마치 엄마 같기도 하고, 세상을 다 겪어본 사람 같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은태 배우와 나눈 시선 교환 하나로 “이 캐릭터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금별’ 들어가기 직전 장면에서요. 남작부인이 딱 한 걸음 물러서는 그 타이밍에, 그녀가 "더는 해줄 수 없다"는 걸 감정으로 표현하는데... 그게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냥 포근한 역할이 아니에요. 무대에서 ‘예술가를 지켜주고 싶지만, 지켜줄 수 없는 어른의 슬픔’을 담고 있었어요.
그리고 신영숙 배우 특유의 발성 있잖아요. 중저음의 말투인데도 울림이 진짜 깊어요. 짧은 대사 한 줄에도 감정이 실려서 머리에 남더라고요.
무대 연출, 음악, 그리고 그 날의 극장 분위기
이번 시즌 무대는 정말 잘 짰어요. 검은 깃털, 회전무대, 붉은 조명. 이게 그냥 예쁘거나 멋있고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을 시각화했다’는 느낌?
특히 ‘황금별’ 부를 때, 무대가 박은태 배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그게 마치 모차르트의 기억이 회전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무대 장치가 감정의 흐름을 따르는 구조라 그런지, 공연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본 느낌이 강했어요.
그날 제 좌석은 1층이었는데, 시야도 괜찮았고, 사운드 밸런스도 좋았어요. 박은태 배우의 고음, 신영숙 배우의 중저음이 너무 잘 어우러져서... 너무 멋졌습니다.
제가 본 공연은 무대가 좀 넓고 크게 사용할 수 있었고 이렇게 넓은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다는거에 한번 더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도 여러 공연을 봤지만 다른곳에 비해 이렇게 넓은곳을 어디 하나 버리는것 없이 꽉 채울 수 있었는지 볼때마다 감탄을 하네요.
결론 – 이 조합은 ‘공연’ 그 이상
10년 넘게 뮤지컬을 봤지만, 이 날처럼 감정이 늦게까지 빠져나오지 않았던 공연은 없었다고 하는게 맞을꺼 같아요.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조용히 걸었고, 집에 와서도 공연 플레이리스트 들으면서 멍하게 있었어요.
그만큼 이 두 배우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건 ‘역할’이 아니라 ‘삶’이었고, 그 삶에 제가 한 조각쯤은 같이 있었던 것 같았거든요.
지금 모차르트! 볼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들, 박은태-신영숙 회차는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그냥 보고 나면 말 나올 겁니다.
“이건...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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