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과 〈팬텀〉, 두 얼굴의 슬픔을 마주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 두 얼굴의 슬픔을 마주보다— 같은 인물, 다른 방식으로 사랑했던 그 이야기나는 유령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사람이었다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을까.내가 이토록 사랑을 갈망하는 게 죄가 된다면,그 누구도 내게 손을 내밀지 말았어야 했어.그녀마저도.뮤지컬 〈팬텀〉에서 나는 버려진 존재였다. 태어난 순간부터.사랑을 받기엔 너무 흉측했고, 세상은 내 재능을 감탄하면서도 내 얼굴은 끝내 외면했다.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벽 틈을 떠돌며, 내가 음악으로 지어낸 유일한 세상은 오직 '크리스틴'이라는 이름 하나로 유지되고 있었다.그녀는 내 유일한 빛이자, 내 유일한 이유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내 악보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내 숨결 하나하나가 그녀의 음율에 스며 있었다.나는 그저, 음악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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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속 나의 시선, 댄버스 부인을 바라보며
1. 이름 없는 나, 그녀의 그림자 앞에서그의 손을 잡고 처음 맨덜리에 들어섰을 때, 나는 내 이름을 잃었다. 누구도 나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고, 나조차 나를 부르지 못했다. 벽지에서 나는 오래된 장미 향, 카펫을 밟을 때마다 울리는 먼지 섞인 숨결, 그리고 어딘가 날카롭고도 차가운 시선. 그 모든 것이 나를 조용히, 그러나 천천히 짓눌렀다.그 중심엔 그녀가 있었다. 댄버스 부인. 그 눈빛은 내가 아닌 누군가를 향하고 있었고, 그 목소리는 나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는 맨덜리의 주인이 아니었지만, 분명 주인보다 더 깊이 이 집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녀는 레베카를 숭배했고, 나는 그 숭배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나는 누구지?’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거지?’ 끊임없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울렸고, 대답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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