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넷플릭스에 올라온 〈폭군〉, 마녀 시리즈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박훈정 감독이 또 돌아왔다. 전작들을 생각하면 딱 예상되는 스타일이긴 한데, 이번에도 그 특유의 잔혹한 세계관이 꽤 거칠게 펼쳐진다. 솔직히 말해, 이 드라마 호불호는 분명 갈릴 거다. 근데 끝까지 보면 은근히 중독성 있다. 캐릭터 맛집이라 부를 만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몰입감 올라간다. 나처럼 마녀 시리즈에 아쉬움 남았던 사람이라면, 폭군은 좀 더 단단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럼 이제 캐릭터부터 찬찬히 까보자.
캐릭터 분석: 이 드라마는 사람 맛으로 본다
폭군의 진짜 재미는 서사보다 캐릭터에 있다. 이건 진심이다. 나는 처음에 "채자경? 뭐야 이 설정 좀 중2병 아니야?" 싶었는데, 보다 보니까 오히려 그 유치함이 매력으로 바뀌더라. 초반엔 진짜 캐릭터 구축도 너무 설명 없이 뚝딱 나와서 당황했는데, 중반 이후부터 자경이 점점 본모습 드러내면서 액션도 터지고 감정선도 슬슬 깔리는 그 흐름이 꽤 괜찮았다. 그리고 진짜 잊을 수 없는 캐릭터, 임상. 차승원이 이런 역할까지 소화할 줄 몰랐다. 말은 공손한데 하는 짓은 완전 사이코패스. 그 정중한 말투에 ‘예, 알겠습니다’ 하는데 바로 사람 죽이는 거 보고 진심 소름. 근데 이상하게 끌려. 이게 박훈정 스타일 캐릭터의 힘인 듯. 최 국장은 사실 기능성 캐릭터라서 막 감정적으로 파고들 여지는 크진 않은데, 그 대신 미국 요원 폴이랑의 대립 구조가 은근 팽팽하게 이어진다. 솔직히 폴 캐릭터는 좀 더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처럼 약간 베일에 가려진 느낌도 나쁘진 않다. 전체적으로 보면 각 캐릭터가 따로 노는 듯해도 마지막에 딱 엮이면서 몰입감 빡 터지는 순간이 온다. 그게 폭군의 캐릭터 빌드 방식이다. 처음엔 어색해도, 나중엔 분명 꽤 세련되게 연결된다.
줄거리 흐름: 초반엔 느리고 복잡, 근데 뒤에 다 풀린다
폭군 1~2화 보고 나 솔직히 하차할 뻔 했다. 너무 느려. 그리고 설명이 없다. 그냥 알아서 눈치껏 이해하라는 느낌인데, 이게 또 어느 순간부터 퍼즐 맞추듯 재밌어지더라. 일단 시작은 한국 정부가 비밀 프로젝트 하나 진행하다가 미국 정보기관에 들키면서 벌어지는 사건. 이게 설정이 꽤 큰데, 그에 비해 설명이 별로 없어서 초반엔 그냥 사람들만 계속 나옴. 샘플이라는 키워드가 핵심인데, 이게 뭔지 자세히 안 알려줘서 초반엔 보는 내가 멍해짐. 근데 3화쯤 가면 아, 그래서 이 사람들이 다 이걸 두고 움직였구나 싶어진다. 2화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게 임상이랑 자경인데, 이 둘이 모용이라는 인물 추적하면서 서로 마주치는 장면이 진짜 흥미진진. 그러다가 미국 요원 폴이 최 국장한테 직접 대면하러 오고, 여기서부터는 첩보물 느낌도 슬슬 묻어나온다. 클라이맥스는 4화. 진짜 모든 인물이 한 데 모이는 구조가 되는데, 전형적이지만 그게 또 재밌다. 막판 반전도 꽤 강하고, 특히 누가 샘플을 차지할지 모르게 끝까지 끌고 가는 텐션이 있어서 쭉 집중하게 된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뭐지?’ 싶었는데, 끝나고 나면 퍼즐 다 맞춰진 느낌. 이게 또 묘한 쾌감을 준다.
감상 포인트: 좋아할 사람은 확실히 좋아함
내가 느낀 폭군의 핵심은 이거다. “불친절한데도 이상하게 빠져든다.” 설명 부족한 세계관, 이질감 있는 캐릭터, 설명 없는 전개까지. 분명 마이너스 요소 맞는데, 근데 그 와중에 계속 보게 만든다. 나만 그런 거 아니고, 주변에서도 “보다가 말까 하다가 계속 보게 되더라”는 반응 많았다. 그리고 마녀 시리즈랑 연결점 찾으려다 머리 아팠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냥 별개의 작품으로 보면 훨씬 편하다. 물론 같은 배우가 나와서 헷갈리는 건 맞지만, 이걸 세계관 확장이라고 보지 말고 ‘감독 스타일이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면 스트레스 덜하다. 액션은 진짜 할 말 없음. 박훈정식 액션 좋아하는 사람에겐 찐 보물이다. 쓸데없이 길지 않고, 딱 필요한 순간 터뜨리는 방식. 특히 자경 캐릭터 후반부 각성하면서 벌어지는 장면은 그냥 미쳤다. 근데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떡밥 회수가 깔끔하진 않아서 보다 보면 “이건 왜 나온 거지?” 싶은 장면이 몇 있다. 그리고 폴 캐릭터는 솔직히 좀 더 썼으면 했는데, 그 부분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분명히 감독이 자기 스타일대로 밀어붙인 작품이고, 그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보다 더한 몰입감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마녀 시리즈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건 무조건 한 번은 봐야 한다. 처음엔 뭔가 아리송하고, 설명도 없고, 느리고. 근데 한 번 빠지면 끝까지 보게 만드는 흡입력은 확실히 있다. 연출, 액션, 분위기 다 좋고, 캐릭터는 매력적인데, 설명이 불친절해서 호불호는 확실히 갈림. 그래도 세계관 넓히고 싶어 하는 박훈정 감독의 의도는 읽힌다. 떡밥 회수만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완성도는 더 높았을 듯. 그래도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 사람에겐, 폭군은 하루 날 잡고 몰아볼 가치 충분한 작품이다.
'영화 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관상 캐릭터 분석, 줄거리 요약 및 평단 반응 – 얼굴 너머의 진실, 판단의 윤리와 그 책임 (0) | 2025.09.07 |
---|---|
슈룹 드라마 리뷰 (캐릭터, 줄거리, 감상 포인트) (3) | 2025.09.05 |
굿보이 드라마 리뷰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 포인트) (1) | 2025.09.04 |
조명가게 리뷰 (등장인물, 줄거리 , 감상 포인트) (0) | 2025.09.04 |
무빙 (캐릭터, 줄거리, 감상 포인트) (0) | 2025.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