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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솔직히 그냥 학원 액션물이겠거니 했어요. 근데 한두 화 보다 보니까… 이거 꽤 묵직하더라고요. 단순히 싸우고 이기고가 아니라, 그 안에 묘하게 아픈 감정들이 있고, 보다 보면 자꾸 마음이 조여와요. 그냥 청소년 드라마 아니다, 이건.

약한영웅 Class 1 이미지

연시은이라는 캐릭터… 진짜 뭐지 싶었음

연시은. 이 캐릭터는 진짜 말이 없어요. 말수도 적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고. 그래서 처음엔 뭔가 좀 심심한 주인공인가 싶었거든요? 근데 한 회, 두 회 지나다 보면… 이 조용한 애가 제일 무서운 거였어요. 얘는 힘으로 안 싸워요. 머리로 싸워요. 상대 심리 파악하고, 움직임 예측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쓰고 빠지고. 이게 더 섬찟해요. 말 그대로 ‘약한’ 영웅인데, 그게 진짜 강한 거더라고요. 연기한 박지훈도 솔직히 좀 놀랐어요. 아이돌 출신이라 기대 별로 안 했는데, 와… 진짜 잘해요. 감정 안 보이게 연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은 알 거예요. 연기 구멍 없다는 말이 딱이었고, 한 씬 한 씬 집중하게 만듦. 그리고 시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냥 ‘공부 잘하는 범생이’로 끝나는 애가 아니에요. 가정사도 은근히 있고, 점점 관계가 틀어지는 친구들 사이에서 뭔가 스스로가 흔들리는 모습도 보여요. 그 와중에 끝까지 자기식대로 버티는 거, 그게 되게 멋졌어요. 겉멋 든 멋이 아니라 진짜 속에서 우러나는 멋. 이런 인물은 보는 내내 ‘나라도 저럴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러니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결국 연시은이었어요.

줄거리? 그냥 싸우는 이야기 아님

일단 겉으로 보면 학교폭력 소재 드라마예요. 맞고, 때리고, 일진들 나오고, 뭐 그런 거. 근데 보다 보면 이게 그냥 싸움 얘기가 아니라는 걸 느껴요. 폭력 자체보단 그 안에 감정, 사정, 얽힌 관계들이 중심이에요. 특히 시은이, 수호, 범석. 이 셋. 처음엔 친해졌다가, 삐걱거리다가, 결국은… 뭐, 진짜 사람 관계란 게 이런 거구나 싶게 보여줘요.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쁘다 딱 잘라 말 못 해요. 다 각자 입장 있고, 다 이유가 있음. 그리고 학교 안이 진짜 전쟁터처럼 그려져요. 그냥 주먹질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돈, 마약, 도박, 어른들 무관심, 이런 것들이 얽혀서 한 명 한 명 무너져요. 특히 가출팸 나올 때는 진짜 속이 좀 울렁거리더라. “아, 이거 현실이랑 그렇게 다르지 않겠다” 싶었어요. 스토리 흐름도 좋았어요. 개연성 없이 갑자기 퍽퍽 튀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선택이 다음 사건을 만들고, 그게 또 누군가를 건드리고… 이렇게 이어져요. 가끔 보면 드라마보다 뉴스보다가 느껴질 법한 내용들도 많아서 현실감이 되게 쎄요. 그래서 몰입도가 장난 아님. 정주행 각이에요. 한 편 끝나면 자동으로 다음 편 누르게 됨.

감상 포인트 – 그냥 액션만 보고 보기엔 아까워요

이건 그냥 액션물 아니에요. 싸움도 물론 현실감 있게 잘 찍었고, 진짜 배우들 고생한 게 다 보이는데요, 정작 마음에 남는 건 감정이에요. 특히 시은이 속이 터지는 순간들. 친구한테 배신당할 때, 믿었던 어른들이 모른 척할 때, 혼자서 싸움 끝내야 할 때. 그때 느껴지는 ‘고립감’? 진짜 숨 막히더라구요. 영상미도 진짜 취향이었어요. 톤이 막 어둡진 않은데, 묘하게 건조하고 차가워요. 색감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보면서 자꾸 눈이 가더라고요. OST도 꽤 좋았어요. 묻히지 않게, 과하지 않게 들어가는데 장면 하나하나에 분위기 잘 실어줘요. 그리고 그 오프닝. 와… 진짜 간지 폭발. D.P. 팀이 만들었다는 거 듣고 수긍했어요. 연기 얘기 좀 더 하자면, 박지훈 말고도 최현욱(수호 역)이나 홍경(범석 역)도 너무 좋았어요. 셋이서 균형 잘 잡았고, 특히 범석 캐릭터는 진짜 입체적으로 그려졌어요. 단순 악역이 아니라, 막… 불쌍할 정도로 복잡한 애. 가정 문제도 있고, 피해자인데 가해자 되기도 하고. 이게 그냥 만들어낸 얘기가 아니라서 더 마음 쓰였던 것 같아요. 보면서 ‘이 인물 진짜 있겠다’ 생각 든 적 많았어요. 그게 연기의 힘이자, 작품의 힘인 거겠죠.

약한영웅 Class 1은 그냥 청소년 액션물이라기엔 아까운 드라마예요. 보면 볼수록 감정이 남고, 끝나고 나면 조용히 생각하게 돼요. “나는 저 상황에서 뭘 했을까?” 하고요. 한 회 한 회에 의미가 담겨 있어서 그냥 틀어놓고 보기엔 좀 무겁긴 해요. 근데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에요. 강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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