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지컬

뮤지컬〈사랑의 하츄핑〉 무대 위에 펼쳐진 영상 마법

뮤지컬 사랑의하츄핑 이미지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전혀 다른 경험

솔직히 말하면, 이번 〈사랑의 하츄핑〉 뮤지컬은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공연이었다. 왜냐면 이미 우리 가족은 극장판을 먼저 봤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물론이고, 하츄핑이 전하는 사랑의 마법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다 알고 있었다. 사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는 종종 반복적으로 보더라도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주지만, 어른인 나는 ‘이미 본 내용인데 얼마나 다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나는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몰입하게 됐다.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무대 연출’ 때문이다. 일반적인 어린이 뮤지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한 무대 장치나 무대 인형이 아니라, 이번 〈사랑의 하츄핑〉은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그 영상이, 내가 지금껏 봐온 어떤 어린이 공연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입체적이었다.

무대장치 없이도 이렇게 실감 날 수 있다고?

처음 무대가 열렸을 때, 솔직히 무대장치가 많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좀 단조로운가?’ 싶은 마음이 잠시 들었지만, 그 걱정은 공연이 시작되고 단 5분 만에 사라졌다. 하늘, 바다, 마법의 세계, 그리고 하츄핑의 공간이 등장할 때마다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영상과 실연 배우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마치 애니메이션을 실시간으로 무대 위에 펼쳐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특히 사랑의 구슬이 날아다니는 장면, 마법 공간이 변형되는 순간, 그리고 하츄핑이 친구들과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의 영상 연출은 굉장히 섬세하고도 흥미로웠다. 아이도 ‘우와~ 진짜 날아간다!’며 환호했고, 나 역시 순간순간 ‘이 장면은 어떻게 연결한 거지?’ 하고 감탄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무대장치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이 공연은 영상과 조명을 적절히 이용해서 공간감을 만드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장치가 부족한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연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동을 덜어낸 건, 좌석의 위치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우리가 앉았던 좌석 위치다. 우리는 앞줄 맨 오른쪽 측면에 앉았는데, 이 위치에서는 배우들과 스크린이 완전히 정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특히 영상이 스크린 중앙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보니, 배우의 동선과 영상이 어긋나 보이는 장면이 종종 있었다.

이를테면 배우가 스크린에서 날아가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는데, 우리가 보는 각도에서는 그 위치가 살짝 빗나가 보이는 거다. 아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나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운데 정면 좌석에서 보면 이런 어긋남은 훨씬 덜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영상과 배우의 합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내가 본 어린이 공연 중에서는 가장 ‘세련된’ 연출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좌석 위치가 더 좋았다면 몰입감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 어른이 감동한 이유

이번 〈사랑의 하츄핑〉은 철저하게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다. 노래도 귀엽고, 캐릭터도 친숙하고, 메시지도 따뜻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연을 다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건 무대 위의 정성이었다.

내용은 이미 아는 이야기였고, 결말도 예상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공연이 끝난 후 나는 기분이 꽤 좋았다.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하는 방식, 바로 그 ‘연출’이 공연의 깊이를 결정짓는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아이와 함께 보기에 부담 없는 작품이고, 아이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빠지고, 어른은 무대와 연출에 감탄하게 되는 구조다. 누구보다 아이를 즐겁게 해주려는 제작진의 진심이 느껴졌고, 그 진심이 바로 무대 곳곳에서 영상과 움직임으로 전해졌다.

마무리하며

〈사랑의 하츄핑〉은 단순히 “아이들 전용 뮤지컬”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공연이다. 애니메이션을 현실로 불러오는 영상 연출의 힘, 그리고 아이와 함께한 특별한 추억이 더해져, 나는 이 공연을 꽤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다음에 또 비슷한 방식의 어린이 뮤지컬이 있다면, 이번엔 꼭 정중앙 자리로 예매할 것이라는 작은 교훈도 얻으며, 오늘의 공연을 조용히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