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리에르 – 그는 몰랐고, 나는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그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천재의 아우라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언행은 무례했고, 웃음은 가벼웠으며, 모든 걸 장난처럼 넘기던 남자.
하지만 그가 건반 위에 손을 얹는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그건 내가 평생에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선율이었다.
아무런 힘도 주지 않았고, 아무런 가식도 없었다.
그저 흐르는 물처럼, 숨결처럼 자연스러웠다.
나는 당황했고, 그를 질투했고, 그날 밤 악보를 찢어버렸다.
나는 기도하듯 작곡해왔다.
음표 하나에 신의 숨결을 담아내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그 무엇도 담지 않은 듯 완벽했다.
신은 왜 나를 택하지 않았는가.
왜 나는 한 번도 그런 멜로디를 떠올리지 못했는가.
나는 점점 나를 의심하게 됐다.
그는 나를 존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눈이 멀어 있었다.
음악보다 앞서, 자존심이 무너졌고,
자존심이 깨진 자리에는 냉소와 분노가 스며들었다.
나는 그를 제거하고 싶었고, 그를 지우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와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이 모순이 나를 갉아먹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증오했다.
그를 부러워했고, 미워했다.
그리고 결국, 파멸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다.
[2] 모차르트 – 나는 그냥 음악이었다
살리에르를 좋아했다.
그의 눈빛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몰랐지만,
그래도 그는 나의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어떤 날은 그가 내 선율에 숨을 멈추고 있었다.
어떤 날은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연주를 듣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들이 좋았다.
나는 삶이 힘들었다.
사람들이 날 천재라고 불렀지만,
나는 돈이 없었고, 아버지에게는 외면당했고,
세상은 내 감정을 쉽게 오해했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다.
그게 음악이었고, 그게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죽음이 다가온다는 건 알았다.
몸은 자주 아팠고, 꿈은 자주 부서졌다.
하지만 음악만큼은 내 곁에 있었다.
그 마지막 밤, 나는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죽더라도, 이 곡만은 끝내고 싶었다.
살리에르가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었다는 걸
나는 알았다.
그의 손이 내 악보를 덮었고,
그의 눈물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는 내 음악을 이해한 유일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용서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원망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3] 젤라스 – 나는 그들의 경계에 있었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에 흥미가 있었다.
사랑, 질투, 열등감, 자존감, 그리고 예술.
그 모든 것은 모순적이고 아름다웠다.
살리에르는 불완전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너무 소중히 여겼고,
동시에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했다.
그는 신을 믿었지만,
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는 순간부터는
모든 걸 불신하기 시작했다.
모차르트는 다르다.
그는 불완전했지만, 그걸 숨기지 않았다.
모든 결핍과 감정이 음악이 되었고,
그의 음악은 자신이 가진 고통마저도 아름답게 만들었다.
나는 처음으로, 인간이 만든 것에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그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질투는 사랑보다 강했고,
불안은 재능보다 깊었다.
나는 살리에르의 곁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의 감정이 아니라
그의 파괴를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나는 선택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의 결말을 바라보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장면,
살리에르가 홀로 남아 피아노 앞에 앉아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하던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인간이란 존재에 연민을 느꼈다.
[4] 다시 살리에르 – 나는 그를 죽였고, 그의 음악을 사랑했다
그가 죽고, 세상은 조용해졌다.
아무도 그의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쉽게 잊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조차, 그는 혼자였다.
하지만 나는 잊을 수 없었다.
그가 쓴 마지막 악보가 내 손에 있었다.
그의 필체, 그의 쉼표, 그의 강약.
나는 그 속에서
그가 숨을 쉴 때마다 느끼던 떨림을 보았다.
그의 곡을 연주할 때, 나는 울었다.
그를 죽인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떠난 후에도, 나를 살아가게 만든 유일한 이유가
그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밤 그의 곡을 연주했다.
아무도 듣지 않는 방에서, 아무런 박수도 없는 공간에서.
나는 그와의 대화를 계속했다.
이제 그는 없지만, 그의 음악이 내 곁에 있었다.
젤라스는 사라졌다.
그는 나의 선택이었고, 나의 그림자였고,
이제는 내 죄의 증인이 되었다.
나는 고백한다.
나는 그를 죽였고, 그의 음악을 사랑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고 있다.
모차르트.
너는 내 파멸이었고, 나의 전부였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그것이 내 죄였다.